누구를 위한 율법인가


하느님의 율법은 사람을 살리나
사람의 율법은 사람을 죽이기에
율법이라고 다 율법이 아니다
그분은 10개의 율법을 만들었는데
율사들은 613개의 율법으로 
백성들을 꽁꽁 묶어 조이더니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율법으로
39개 조항을 만들어 옥죄니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것들로
먹기는 하되 불은 지피지 마라
공사장은 가되 망치질은 하지마라
어떤 일이 있어도 빵을 굽지마라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도 조작마라
뭘 어쩌란 말인가 
유대의 고위층이야 갖출 걸 다 갖춰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안식일을 잘 지낼 수 있겠지만
하루살이의 천민들의 삶은
그날그날 일용할 양식을 찾아
유대땅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누가 입에 풀칠을 해 줄고
가진 이들이야 아쉬울 것 없지만
생존경쟁 속에 내몰린 
주말의 막 노동자들에겐 
도저히 율법을 지킬 방법이 없는데
정말 뭘 어쩌란 말인가 
율법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해
그분이 만든 하느님 나라의 기초인데
지상에 천국을 만들어 가지 못할망정
멀쩡한 백성을 다 죽일 율법이라면
이건 누구를 위한 율법인가
그러니 하느님의 가장 작은 뜻 
하나부터 잘 지켜나감이
바로 하느님의 율법의 사람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