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건재한 건

내가 이렇게 건재한 건
그분을 매순간 만나기 위해
그분과의 대화를 거듭하며
그분의 숨결 하나도 놓칠까
그분 곁에 머무는 것이고
그분이 영원히 존재하는 비결 속에
모든 것이 숨어 있음을 알기에
내속에 그분의 숨결이 숨어 있도록
내장장치를 만들어 가는 시간 속에
그분에 힘입어 
나는 오늘도 건재할 수 있음이다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면 
사연 없는 무덤이 없고
역세권 많은 소상인들이 
늘 흥망성쇠를 토로하는 것 또한
다 사연이 있으니
만에 하나 그들도 
그 사연을 미리 알았다면 
망해도 망하는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님을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

해서 내가 건재하길 원한다면
머릿속에 뭔가를 저장하기보다
저장하려면 마음에 새겨라
마음에 새긴 건 
날개를 달아줘도 못 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속에 저장해 새긴 것은
영원으로 넘어가는 장치가 있기에
그 누구도 그걸 지우긴 힘들 것임을
그분은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