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분도 사람인가

갑자기 불어 닥치는 돌풍
육지에서도 두렵고 떨리는데
바다나 호수에서야 오죽할까
거대함선도 4-5미터 파도엔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카누와 같은 쪽배에서야 오죽하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으면
인간의 본능이 드러난다
돌풍 앞에 배가 요동을 치고
배안으로 물이 들어차자
한 바탕 난리와 함께
우왕좌왕하는 사이 배는 기울어
생명을 위협받는 제자들
자기 옆에 그분 계심도 잊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뱃고물을 보니 아니 이럴 수가
저 분은 사람이 아닌가 보다
이 난리에 주무시고 계시다니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
일어나셔서 좀 어떻게 해 보세요
딱 한 마디로 권위가 드러나는데
‘바람아 좀 잔잔해 져라’
‘호수야 너도 좀 조용히 해라’
바람은 사람이 아닌데도
그분의 딱 한 마디에 명경지수
야! 이 사람들아 정신들 차려
내가 함께 하는 걸 잊었고
내가 누구라는 걸 잊었단 말이야
나야 나 날 똑바로 봐
도대체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머물러야 한단 말이냐
할 일과 갈 길이 구만리인데
너희는 아직도 젖먹이란 말이냐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제발.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