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하는 영적여정


사람은 인생에 세 번을 떠나는데
첫째는 탯줄을 끊는 모친과의 떠남
둘째는 출가를 위해 가족과의 떠남
마지막으로 하느님을 향해 떠난다
해서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끊고 맺는 떠남을 잘 살아내
언제든 때가 오면 개구리처럼
완벽하게 물속으로 뛸 준비
이것이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늘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다
그런고로 떠남은 연습이 아니라
그분께로 투신하는 실전이기에
늘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럼 내가 그분처럼
누구 앞에서도 당당 떳떳하며
뭔가 할 말을 해야 한다면
마치 그분이 내 입을 열어
말씀을 나누는 것처럼
천상의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에서 사목을 할 때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서슬 퍼렇고 머리카락이 서는 
그런 시간이 도래한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도 후에 터지는 입은
분명 내생각의 말이 아님을 느끼며
역시 하느님의 일을 하면
이렇게 큰 은총이 있구나 하는
떨림과 감동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분의 쟁기의 비유와 십자가의 길이
마음 안에 온전히 새겨져 있다면
세상 어디를 향해 떠나도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다
그건 그분이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