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노래

물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요했던 물이
마치 태풍 속 성난 모습처럼
굉음 내며 계곡을 가로질러
두어 채 집을 삼키더니
암자 앞에서는 새색시처럼
수줍음을 떠는 건 도대체 뭔가
비구니가 정한 수 떠 놓고
물과 합의라도 했나
그렇다 물은 모여지기만 하면
아낙네들 수다로는 못 당한다
그러다가도 맘 맞는 친구 만나면
면벽이라도 하는 듯
숨소리조차도 멎고는
언제 난리를 쳤냐는 듯
그래서 물은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성질한 번 부릴 땐
우르릉 쾅쾅하며 친구 불러
또다시 나이가라폭포 저리가라고
굉음과 함께 고요를 불사르고
마치 몹시 성난 파도처럼
세상을 다 삼키고도 남는다
그러다 좀 지쳤다 싶으면
쪽빛 노을에 자신을 맡긴 채
쪽배처럼 유유자적 하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그 가는 길에 세례 수 되어
지친 영혼들을 달래고는
자기도 함께 하늘로 기화한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