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천당이드라


인생의 모든 걸 내려놓고
영적여행을 정처 없이 떠나
베트남 작은 읍에 도달하여
공소를 찾았더니 
그곳이 천당이드라
사제가 없는 곳을 공소라 한다
공소라 하지만 있을 건 다 있어
마치 그분이 곧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고
공산치하를 잘 이겨낸 공소답게
신앙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종지기이며 문지기인 형제에게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다 구사해 본들 소통이 안 되어
성호로 기도를 하면서 하는 말
기도하는 사람 중의 으뜸이 
바로 나야 하며 엄지를 치켜드니
자기도 따라하며 너무 좋아하더니
바로 달려가서는 잘생긴 사람의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오며
아 저 웃음이 바로 천상의 웃음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없다
그는 공소회장도 아닌 그냥 교우
단지 중국어를 나보다 더 잘해
한방에 모든 걸 다 해결시킨
베트남의 장동산 바오로였다
그는 자신의 안방을 내주며
사제의 길이 얼마나 어렵겠냐고
그리고 이 골짜기까지 어찌 
왕림하여 선물을 주시느냐고
나눔과 쉼과 함께 천주님께 감사
그건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지금까지 온 신앙의 증거였다
이들이 모든 걸 다 내주는 건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