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귀한 게 있을까


장미의 이름으로라는 영화
무엇이 젊은 수도자를 죽게 하나
본질이 아닌 형식이다
호르헤 수도자의 그릇된 관념
수도자는 웃어도 안 된다
그만큼 엄숙한 것을 요구하는 
수도자의 허황된 모습이 
웃음이 꽃피는 책 속에
독을 발라 놓음으로 해서
그 책을 읽은 수도자들은
하나 둘 독에 중독되어 죽어간다
피조물은 누구하나 예외 없이
생명보다 귀한 게 있을까
그러나 잘못된 관념들은 
사람들을 쉽게 죽어가게 했다
유대율법 또한 그러했다
고관대작에 속하는 상위층은
시키면 되는 사람들이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기에
지킬 율법이 수천이 된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에겐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니
비가 되어 내려오지 않는 한
완벽한 그림의 떡이다
그걸 어떻게 지키란 말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건
의식주에 이웃과 하느님 사랑
율법이 포도송이도 아닌데
뭔 형식들이 그렇게 주렁주렁 
열매를 맺어야 하나
과연 그 열매가 가을 과실의
향기를 얼마나 낼 수 있을까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