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웃음


산골로 산골로 찾아든 신앙
먹을 것이 없자 눈이 머문 곳
주인을 따라 산골까지 왔지만
마지막 순간엔 어쩔 수 없어 
예수님과 함께 먹히는 바둑이
학문적으로도 한계를 느끼던 차
서학(가톨릭)에 눈을 뜨니
찰나에 우주까지 다 들어와
마음속까지 다 열게 하고
세상창조와 인간의 근원인
그 뿌리가 뭔가를 느끼고
읽고 마음에 새기길 여러 해
더 알고 싶은 뜨거운 열정이
신분마저도 다 내려놓게 해
양반을 하인으로 바꿔 나선 길
오로지 이 땅에 하느님 말씀이
뿌리 내릴 수만 있다면
한 생명 다 바쳐서라도
일궈 내겠다는 결의에 찬
소년들의 눈망울 속엔
이미 하늘이 열려있었다
광활한 대지를 다 돌아
10여년의 시간 속에
이미 하늘의 십자가 꽃으로 핀
부모님의 얼굴 앞에서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었던
선조들의 그 길을 따라
한 오라기 흐트러짐 없이
걸어 왔고 걸어가는 길
그 길의 끝에
십자가의 웃음이 반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