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초월의 순간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어준다
세상에 나보다 더 소중한
그 무엇이 몇이나 있을까
확실한 신비체험 없이
그런 일은 일어나긴 어렵다
근데 세례자 요한은 그랬다
과연 그가 어떤 신비를 봤기에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었을까
물론 일이 되어가다 보면
도저히 물러 설수 없는
그런 불가항력의 사태도 만난다
그래도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그 느낌이 뭔지를 알기에
그 길에서 좌 우회를 한다
집 채 만 한 파도를 
단 한번 만나는 것도 어려운데
무엇으로 고난과 역경을 이기나
아마도 생명을 뛰어넘었거나
거슬러 올라 살 수 있는
그런 신비와 초월 없이는
불가능한 삶이 바로 신앙이다
해서 신앙이 바로 신비이다
그는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그분 앞에 펼쳐지는 천상 드라마
하늘이 열리고 들렸던 그 음성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다’
공감각 안에서 사로잡힌 요한
그것이 평생 자신을 감동시켰고
때가 무르익었을 때
기꺼이 그분과 하늘을 위해
자신을 그분께 봉헌 한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