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을 희구하는 삶

세상이 삭풍에 다 간 것 같지만
아직 많은 것이 남아 있기에
우린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정유년이 무술년에게 먹혀
마치 양육강생의 순리처럼
닭이 개에게 먹힌 셈이다
이렇게 자연은 먹히는 것이고
그렇게 순리대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 또한 순리대로 흘러야 한다
인생을 뒤 돌아다 보면
참 대단한 삶을 살았구나 하면서
한편 아 이렇게 쓰라린 인생이었나
육신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법
거기에 무엇이 남았나를 보라
인생무상을 쫓았다면 허무일 것이고
한나처럼 은총을 희구했다면
하늘로 오르는 영의 분명한 선
그것이 보이는 차원을 넘어
그 선을 잡고 오르락내리락
천사처럼 영적여행을 유영한다면 
세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한나와 시메온의 영적인 삶이
결국 어린 아기예수의 모습에서
천사들의 희열을 넘는 
그런 참 자유의 삶을 본 것 아닌가
계절은 변해 다시 봄은 오겠지만
그 계절에 관계없이 마냥
성전과 성전 뜰에서의 찬미
그것이 좋은 사람은 참 행복하다
이 말을 다 깨닫는 사람은
더 행복한 사람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