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삶


유비무환의 삶이라하면
아 좀 유유자적하면 안 될까
여태 죽어라 일하며 살았는데
안빈낙도에 유유자적이라면
누가 그 수고에 뭐라 하겠나
그래도 인생은 자신의 책임이라
마지막까지 슬기롭게 사는 것은
인생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젊음의 인생은 연습이 있지만
마지막 인생엔 연습이 없어
언제 인생의 에너지가 
앵꼬의 빨간 불을 켤지 
해서 노년의 인생은 깨어 있고
유비무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평생을 다 잘 살아 놓고
잠시 잠들어 열 처녀 중
미련한 처녀 안에 들어간다면
그런 낭패가 또 어디 있겠나
슬기와 비슬기의 삶이 대수냐
그렇지만 오늘 그분의 말씀을
제대로 새겨들었다면
아 이건 아니구나 하고 
통탄할 사람이 한둘 이겠나
유비무환의 삶을 깨는 건 
아주 간단하기에 살펴보면
오늘부터는 기도와 운동을 
철저히 하자고 다 마음먹었는데
집을 나서면서 들어오는 딴 생각
이 추운 날엔 포장마차가 딱 이야
분명 유혹인 줄 알면서도
질 수 있는 게 인생의 낭패다
해서 작은 것 하나부터
깨어 있지 않으면
유비무환의 삶은 없을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