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속에 익어가는 한가위


찬바람이 불어오니
곧 가을걷이와 함께
북풍한설이 몰아칠 터
집을 다 못 지은이들은
서둘러 집을 지어야 하고
가을걷이가 늦은 사람은
서둘러 마무리를 할 때
잠시 짬을 내어 벌이는 축제
인류와 함께 내려오는 한가위
그 속엔 모두가 하나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축제이자 감사이며 제사였다
사람과 하늘이 만났고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었으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춤추니
바로 한가위 보름달과의 조화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빈부도 없고
갈등도 다 날려 버렸으며
넉넉한 제사상에 넘치는 술잔
지금이야 음주운전 무서워
거의가 절식에 절주를 하지만
옛날의 추석은 참 흥겨웠다
그때라고 여인네들이 안 힘들었겠나
허나 가을걷이의 남정네들 생각하면
그래도 봐줄만 한 것이 
바로 한가위 축제였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적어도 조상들이 남겨준 
이 좋은 전통을 버리고 
해 외로 해 외로 떠나는 민심
뭐라 막을 순 없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싸한 건
세월의 미덕으로 봐도 괜찮겠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