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을 하는 사람

일당백을 한다는 것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일손이 달리거나 없을 때
별 도리가 없기에 나오는 말
오천 명을 먹인 기적을 이룬
그분은 일당백을 넘어 
일당 천 또는 만을 한 셈이다
이건 사람의 능력으론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분은 종종 이런 일을
능수능란하게 이뤄내셨다
소위 신출귀몰이며 불가사의다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일당백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공동체가 하나 될 때
거기에 그분의 힘이 함께 해
기적이 이뤄나는 걸 본다
즉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오직 그 일이 이뤄지길 
모든 이가 다 함께 하는 가운데
하늘이 도와 기적이 일어난다
그만큼 내 마음과 내 살을
도려내어 공동체에 낼 수 있나
그리고 그 한계에 부닥치는 그 때
그곳에서 내 한 몸 불사를 수 있나
자기 것을 움켜지는 사람들 
그들 안에선 말 그대로 
죽었다 깨나도 기적은 없다
그러나 그분과 그분의 공동체처럼
자신을 희생하는 가운데
그곳에서 일당백의 기적은 
봄의 매화처럼 피어오른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