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하는 이유

기도는 역시 비움이다
불교에서 면벽을 왜하나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동한거 하한거에 들어간다
살생도 줄이고 마음도 닦고
해서 기도는 떠들기 보다는
관상과 묵상 안에서의 깊이
마음을 다 헤아리는 것이고
그 마음의 자리에 빈터
그 자체를 그분께 봉헌하면
그분은 사랑과 깨달음
그것을 보여주실 것이다
기도를 뭐 해 주세요로
이해하는 분들도 계신데
물론 그 자체도 기도이다
허나 늘 그렇게 청하기만 하면
과연 그분이 좋아하실까
기도가 기복으로 가기 전에
스스로 그분이 원하는 것
그게 뭔지를 헤아려보자
그건 첫째도 둘째도 비움이다
비우고 나면 가벼워져
무엇이든 쉽게 할 수 있다
채우기에 앞서 비움을 배우자
그것이 기도의 정도이고
그분을 잘 알아가는 길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