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속의 알미공원


관상을 하려 눈 감으면
가을의 젊은 날이 떠올라
경의선 길 따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의 곡선 속에
옛 고향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잠시 벼 베던 낫을 놓고
막걸리 한 사발에
찐 고구마에 시원한 김치
그 옆을 낮게 비행하는
고추잠자리들이 하는 말
올해는 풍년이네요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고랠 논 속에선 푸드덕
미쳐 한강을 향해 못 떠나
집 잃고 헤매는 녀석들
메기, 붕어, 참게, 빠가사리
아저씨는 저희들 좋아 하잖아요
벌떡거리는 애들을 보며
제들도 살자고 나온 세상인데
적당히 몇 마리 담고는
작은 녀석들은 물길 터주며
잘살다 내년에 보자
그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내가 아버지 모습으로
고향땅을 찾아보니
먼 길 떠난 아버지처럼
고향은 온데간데없는데
공원 한 자락에 남아 있는
이름표가 날 반긴다
‘알미(뫼)공원’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