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히는 분들

누구나 젊은 날엔
돌도 밥처럼 씹을 수 있고
지옥 끝을 다녀오라 해도
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나 한계의 때가 오면
서서히 그 기백은 서산을 넘어
지는 해와 함께 지고 있으니
이걸 자연현상이라 해야 하나
허나 참 하느님이
자신 안에 생생히 살아 있는 이는
아기 때나 청년이나 노년에도
한 결 같이 올곧은 적송처럼
마치 천년을 살 기개세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제게 이뤄지게 하소서’
황새가 물고기 낚아채듯
그분의 뜻을 내 뜻으로 하고는
벌써 동구 밖에서 서서
그분의 뜻을 수행하고 있으니
바로 그분의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그렇듯이
유태인의 어머니들도 한결 같아
세례자 요한의 모친 엘리사벳과
그분의 모친 마리아는
얼마나 하느님과 가까웠던지
하늘의 문을 여는 아들들을
잉태하고 낳고 키웠기에
지금도 하늘의 사람들이 되어
우주를 밝히고 있기에
아무리 세상이 어둠을 향한다 해도
여전이 해와 별들과 함께
세상을 밝히고 밝혀 빛나게 합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