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겨자씨

겨자씨 자라나서 큰 나무 되듯
나도 자라나서 큰 나무가 될까
갈릴리 호숫가를 다녀왔다면
그분의 깨달음이 있을까
겨자씨는 정말 작다
작아도 너무 작다
그런데 그 작은 것이 커서
잡초처럼 숲을 이루는 걸 보면
말 그대로 대단하다
근데 정말 겨자나무일까
나무로 보기는 어렵다 
그냥 큰 풀이고 잡초다
그럼 그분은 지나친 과장을 했나
그분이 즐긴 것은 비유였다
누룩, 겨자씨, 가라지, 무화과........ 
비유 안에 숨어 있는 비밀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겨자씨비유의 신비이다
그럼 뭘 원하셨기에 
겨자씨의 비유를 썼을까
당신이 잡초 같은 인생을 사셨고
제자들 또한 들판의 잡초처럼
그분을 그대로 닮으며 살았다
보잘 것 없는 잡초들이 모여
그분의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어부, 세리, 창녀, 장애인........
말 그대로 잡초들이었다
그 잡초들이 그분과 하나 되니
그 안에 싹이 트고 꽃 피어
결국 이 땅에 하늘나라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어 이룬 새 세상
여기 잡초와 겨자씨의 신비가
그분의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
나를 새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