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속의 은총


말씀이 생명이 되듯
한 점이 만나 신비를 이뤄
어둡지만 따스한 양수 속에서
그분과 모친에 힘입어
무럭무럭 자라 세상에 나니
더 이상 무서울 것 없노라
잠시 살아보면 곧 알듯이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라
수많은 파고를 만나고 타니
그분의 손길을 피해갈 수 있는 곳
그 어디에도 없기에
그분께 매달리고 또 매달려 보지만
요나처럼 한계에 다다라 보면
결국 그분 앞에 앞뒤 발 다 들고
빈자의 몸으로 바다에 던져질 때
그분은 갑자기 그 영혼이 가엾어
자신의 신비의 손으로 급조한 
큰 물고기 속에 쉼터를 만들어
남들이 들러보지 못한
새로운 어미 뱃속에 넣으니
참 사람을 만드시려나 보다
삼주야란 초월과 시련의 시간 속
그 누구도 견디기 어려운
생의 교차점을 넘나들며
그래도 그분에 의해 번쩍 뜨인
마음의 눈과 영혼이 있기에
마치 비상(飛上) 전의 번데기처럼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리고 
물을 차고 창공으로 솟아올랐기에
요나의 콤플렉스를 훌훌 털고
그분처럼 부활을 맛보는 
재삼의 길을 열어
니네베 사람들을 회개시키니
이 또한 은총 속의 은총 아닌가.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