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잎 새

오 헨리의 마지막 잎 새처럼
창가로 외롭게 다가오는
마지막 잎 새 하나가
파르라니 떠는 것을 보며
집 잃은 저 새들과 같이
또 한 해가 저무는 걸 보니
먼저 가신 분들의 모습이
초겨울 바람 속에 스치는데
한 순간에 먼 미래가 다가와
잠시 잠심 속에 관상하며
아 다들 잘 계신 모습을 보니
저 마지막 잎 새가
외로워 보이긴 해도
떨어지는 순간
그 나무와의 인연은 끝나도
다시 먼 미래를 향해
큰 희망을 가지고 떠남을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읽으며
삼라만상의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듯이
끝은 더 이상 끝이 아니기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만취와 방탕과 오만이
세상의 끝을 보여준 것이라면
희망으로 가득 찬 기도는
새 지평을 여는 것이기에
막장과 함께 어제를 불사르고
남은 재를 거름 삼아
그곳에 오늘과 내일을 새로 심으니
제 아무리 고독과 절망이
다시 고개를 든다 해도
매일 떠주는 태양과 그분 계시기에
희망의 잎 새와 새들과 함께
다시 오늘이 푸르리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