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때와 나의 때

때와 장소를 구분 잘하는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아무 때나 나대는 사람은
주위로부터 환영 못 받기에
결국은 왕따를 당하게 된다
날 때와 끝날 때가 있듯이
사람에겐 축복을 해줄 때와
아주 슬퍼서 함께 울 때가 있다
그리고 아장거릴 때가 있으면
치매가 시작될 때도 온다
그 때라는 것은 그분과 나
두 사람만이 알고 있다
더 구체적으론 그분이 안다
해서 그분을 떠나 독자적으로
뭘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다 나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사람은 행복하다
혼인잔치에선 당연히 축제이고
우환이 있는 장소에선 슬퍼한다
그러니 주군을 잃어버린 때는
당연히 단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그 때를 정확히 식별해서 사는
그런 사람이 참 된 삶을 산다
정말 좋은 포도주를 수확한 해는
포도주부대도 새 것으로 만들어
최고의 포도주가 되도록 잘 준비해야
나라와 가문의 영광을 만들 수 있다
포도주도 그런데 사람이야 오죽 하겠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