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와 오병이어(五甁二魚)

단식은 쉽지 않은 기도다
기도자체가 유혹이 많은데다
단식이 함께하다 보면
더 큰 유혹이 바윗덩이처럼
부풀려져 때론 질식 상태이다
이때 영적지도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피정도 너무 좋아 황홀경에 빠진 채
삼주야 단식이 저절로 이뤄졌다
몸이 탈진상태이긴 하지만
영적으론 영롱하여 참 신기하다
아무리 영적으로 눈을 떴다 해도
허기져 탈진상태는 면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겠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이
뭔가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야
이 사람들을 온전히 일상으로
다시 돌려놓아야만 하는 이때
아 이걸 어떻게 한담하시며
기도 후 하늘을 우러러 보니
만나처럼 내려오는 오병이어
이걸 무료급식 나눠주듯
나눠주는 가운데 영의 바람이
세차게 일어나더니 
몸과 영이 하나 되어
그분의 이름으로 파견되는 길
이젠 뭘 하라 해도 할 수 있어
돌아가는 군중을 바라보시는
그분의 눈가엔 촉촉함이 찾아들고
아버지를 향한 감사와 함께
환희로 충만한 그 모습 속에
나 또한 너무 황홀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