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는 고통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웬만한 건 다 참고 견디어도
원수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다
그런데 역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나누고 사랑한다면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간의 참 사랑을
하향평준화 할 수는 없는 법
참 사랑이란 그만큼 고통과 수난
그것이 함께 동반될 때 빛을 발한다
참 견디기 힘든 시간이 있었다
어머니와의 생이별 이었다
선교지인 필리핀 민다나오 오지
이미 만 삼 일전에 어머니는 떠나셨고
내 손에 들린 종이쪽지 하나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현실이었고 
어머니를 차로 죽인 그 사람을
가족들은 같이 죽여야 한다고 난리였다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선교지로 떠날 수 있담
결국 가해자의 참 자백과 용서구함
거기에 가족들의 동의와 용서
물론 그런 과정에서의 가족들의 상처
그것은 많은 시간 무척 괴로웠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그를 용서함으로써 이웃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을 크게 배웠고
하느님 안에서 원수의 용서가 뭔지를 
깨닫는 순간 어머니도 기뻐할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