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의 억겁수(億劫樹)

누구나 때가 되면 
자신을 누군가로 향해 바친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 시킨다
그 정도에 따라 꽃송이가 늘어가고
백송이 천송이 만송이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한 트럭을 몇 차례라도 바친다
그게 봉헌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 사랑을 향해 자신을 바친다
그러나 그들의 봉헌은 
대가를 바라는 봉헌이다
헌데 시메온과 한나의 봉헌은
그 차원을 훨 넘어 
저작거리의 사람들과 차별화 되는
그런 봉헌을 한다
꽃 한 송이 없는 초라한 봉헌이고
남들 보기에 왜 저들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마냥
중얼거리고 지저분하며 이상할까
그러나 그들도 그러고 싶겠는가
하늘 문이 열리는 모습이 보이고
그분의 아들이 봉헌되면
세상이 천지개벽을 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눈에 훤하기에 
그뿐인가 자신들이 그토록 
고생하며 염원했던 순간들이
하늘의 별처럼 선명하기에 
그들은 온갖 고통과 모욕과 설움을
다 이겨낸 설산의 억겁수(億劫樹)처럼
빛을 발하고 있기에 
삶을 넘어 죽어서도
그분의 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