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중의 대침묵

인간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드라마는 허구의 세계인데
요한과 헤로데가 만드는 
막장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선악이 한 시대에 공존하지만
어쩌면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세상이 얼마나 미치면 
저런 가정이 존재할 수 있고
죄의 유무를 떠나 
어떻게 부녀모녀 지간에 
쟁반 위에다 사람의 목을 
날라달라고 청부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나라의 고관대작들이 
수두룩하게 모여 생일 판을 버린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한 치 앞은 알아도 
두 치 앞에 펼쳐질 자신의 막장이
어떤 것인지 쬐끔이라도 알았던들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피의 노래의 끝에 
자신 앞에 펼쳐질 잔인함의 잔상과
환영(幻影)과 환청과 잔영들이 
마구 엉키어 무차별로 다가오니
이젠 동산이 아니라 히말라야 같은
눈 폭풍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가운데
가장 무서운 분들이 목을 조여 온다
그제야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분은 어떻게 하실까
침묵 중의 대침묵이시다
해서 아무리 인성이 파괴됐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정도가 있는 것이고
청할 것도 도를 넘으면
그 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 못한다면
아예 그 길의 싹조차 생각을 마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