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는 삶


당신 꿈이 뭡니까
먹히는 삶이요
그리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왜 그것이 꿈이지요
살다보니 그것이 평화와 사랑
그런 것이라는 걸 느껴요
성인성현들의 삶이 바로
먹혀지는 삶이라는 걸 알고
크게 웃은 적이 있지요
그분도 예루살렘으로 향하다가
지나는 마을 사마리아에서
몇 날을 머물고 싶어 들어서는데
떡 하니 길을 막아서며 안 돼
왜일까요 그분이 몰랐을까요
너무나 잘 알지요
그분은 참 유대인이기에 
서로 앙숙의 관계이기에 
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화가 난 제자들을 보십시오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왜 자기들이 할 것이지
물어보고 있을까요
자신들은 할 능력이 없지요
열 받아 심술부리는 제자들에게
좀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지금은 하늘의 뜻이 
예루살렘이 아니라 사마리아야
이것을 너무 잘 아시는 그분
그리고 그들의 상처가 뭔지를
너무 잘 아시기에 
그분도 그들에게 먹히는 것이지요
추석명절 먹히는 게 힘들겠지만
먹힘으로써 사랑과 평화가 깃들지요.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