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섬세함과 영특함

그분 앞에서
아주 속 깊은 사람을 말하라면
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분은 자신의 몸뚱이는
껍데기가 되어 빈 무덤이 돼도
당신의 아버지와 하나가 되었기에
속 깊은 곳까지 다 헤아리시어
당신의 제자들을 부를 떼
자신의 친 동생처럼 아꼈으니
그럴만한 인물들이었기에
하느님의 아들 눈에 드셨나 보다
그중에 하나 눈에 뛰는 인물
누구보다도 그분을 잘 알아본
요한은 이랬다
그는 자신의 전부인
가족과 그물을 떠나
그분이 가고자 한 길에
아주 적극적으로 합류하였기에
거룩한 변모의 자리에 함께 했고
야이로의 딸의 소생을 보는 가운데
그분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가 되어
시기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그분의 중요한 자리엔 늘 그림자처럼..
겟세마니의 처절한 수난 앞에서
다른 제자들이 다 줄행랑을 칠 때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와 함께 했으며
그분을 향한 다름 질 또한 남달라
먼저 다다를 곳에 다다랐지만
빈 무덤을 확인하고 믿었고
큰 형님께 모든 걸 다 양보함으로써
참 사랑이 뭔지를 보인 가운데
눈부시리만큼 사랑받던 제자
그가 요한이니
그것이 다가 아님은
그분께서 다 인정하는 가운데
어디서 그런 영적 섬세함과
영적 영특함이 동시에 나와
그분을 천상과 지상에 다 기록했나.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