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靈)적 기운


그분께 배운다는 것은
그냥 학습의 차원이 아니라
형용할 수 없는 영역 안으로
나를 끝없이 이끌어 가시기에
그 맛을 느낀 사람은
그분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서는
삶의 참 의미를 발견할 수 없기에
오늘도 뭔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그분의 새 영역이 떠오르길 고대하며
동이 터오는 신비의 장관을 위해
매일 어둔 밤을 품는 여명처럼
매 순간을 그분과 함께 한다
창조자가 피조물 앞에 와서
‘제게도 세례의 물을 부어주십시오’
‘아니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요한은 정말 곤란해 하며
극진한 정성과 온 힘을 다해
그분께 세례를 베푸는 순간
와! 하는 함성과 함께
홀연히 주위가 황홀해 지고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열린 하늘 문 사이로 흘러나오는데
그 어떤 시네마로도 형용할 수 없는
천상 대하드라마라고나 할까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그분을 향하는데 아!
거기에다 어찌나 아름다운 음성이
너무 명료하게 들리길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꿈인가 생시인가 꼬집어보지만
이 순간을 위해 신앙이 필요한 것인가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