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이름을 새긴 날

동방의 조용한 섬나라에
서양의 바람이 크게 일더니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이글거리다
드디어 하느님의 씨앗이 배태되어
바오로 미끼 가족과 동료들에게
그 열정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예수회 첫 수확인 소신학교에
파이오니아가 되어 문을 열어
공부와 기도 면에서 탁월하더니
누구보다도 열렬히 선교를 뛰던 중
엉뚱하게도 작은형제회 회원들이
더 열을 올리는 가운데
광기에 휩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미움의 덫에 걸려들어 
온갖 오해와 고초 속에
수난과 고난의 긴 십자가 행군은
상상을 넘도록 계속 되어
오사카를 출발 교토를 거쳐 나가사키..
말 그대로 피의 행군이었다
나가사키의 니시자카 언덕에서 
순교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나는 필리핀인이 아니라’
‘당당한 일본인이다’라고 밝히며
‘하느님을 믿는 것이 죄라면’
‘나는 죽음도 달게 받을 것이며’
‘해서 생명을 바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처형하라고 명령한’
‘그 사람(도요토미)도 용서하고 싶다’
그리고 니시자카 언덕의 십자가상에서
장렬하게 순교하였다
그때 그의 나이 33세 
예수님과 같은 나이였다 
그날은 그가 하늘에 이름을 새긴 날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