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치우고 있는 나인가


돌을 치워라 하시는 그분
너무나 단호하고 비장하여
산천초목이 떨고 맹수들도 숨죽여
뭔가 일어날 것만 같더니
무덤이 놀라 울더니 
저절로 돌이 치워지고
죽어 장례지낸 라자로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우리의 능력 안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만 있다면..
그건 그분만의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럼 우린 이런 분 앞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돌을 치워라’ 하시면
그냥 돌을 치우면 되고
마음을 열라 하면 
그대로 열면 된다
지금은 준비하는 중
몸과 마음에 낀 허물들을
하나 둘씩 드러내고 
마지막엔 몽땅 드러낼 때
그분은 말기 암까지도 
다 도려내 주시지 않겠나
이것이 바로 그분의 말씀대로
돌을 치운 사람의 모습이고
라자로처럼 일시적이지만
완전히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는
초 기적의 은총을 입는 것이다
이건 그분의 참 종이자
벗이고 친구일 때만 가능하다
나는 무엇으로 그분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깊게 한번 성찰해 보자.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