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은
또 다른 어려움을 가진 사람의 
상황과 그 처지를 잘 알기에
속까지는 다 알지는 못해도 
아 저 사람이 그래서 그랬나
해서 측은지심도 생기고 
결국은 그 사람을 돕는다
그분도 당신의 처지 때문에
적어도 그 동네만큼은 피했고
우회해서 황급히 가는 길
이글거리는 정오의 태양과
갈증의 한계 앞에서 
오! 우물터에 쉼터까지 있다니
근데 마치 독사처럼 떡 버티고 있는
이 시간의 솔로 여인이라니 
한눈에 봐도 한(恨)과 상처로..
좌우간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여인
그분은 어쩔 수 없이 마주친 
이 여인으로부터 동병상련을 느끼며
먼저 물을 청해보지만 
자기 방어에 익숙한 이 여인
아니 당신은 청해서는 안 되는 걸
정말 모른단 말인가 뭔가
그걸 한 마디로 정리하는 그분
너는 나의 겉을 알지만
난 너의 속을 다 알고 있다
네가 그 물 한 바가지를 준다면 
난 너의 속을 통해 보이는
너의 새까맣게 타는 그 목마름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백옥처럼 만들어 주겠노라
글쎄 이런 횡재가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분이기에 가능함을
있는 그대로 믿자.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