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죽더라도

바보들아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온전히 봐라 내가죽었냐
그분의 음성에 귀가 번쩍 뜨인
베드로는 무덤가를 기억해 냈다
아! 라자로처럼 잠시 주무시나
동려들을 깨우기 위해 바빠진
베드로는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렇게 바삐 뛰다 보니
공포와 분노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 희망...
새 세상이 자리를 잡기 시작 한다
어느 새 고목에서 새싹이 돋듯이
언제 무기력과 좌절이 있었나
그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음 저 깊은 곳으로부터
바윗덩이 같은 큰 힘이 용솟아
죽을 때 죽더라도
이렇게 빌빌거리며 죽을 순 없지
곰곰이 생각하니 그분이 보인다
그분은 말씀하셨다
반드시 살아난다는 말씀이
그를 다시 투사로 만들었고
빌빌거리는 형제들을 다 모아
다시 그분의 무덤가로 향했다
무덤가에서 들려오는 큰 말씀
봐라! 나는 죽어서도 일 한다
내가 이대로 끝낼 것 같더냐
내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냐
나는 너희의 팔과 다리에
온 몸과 정신과 영혼에
하느님의 정기를 불어 넣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
교회를 세우느라 잠시 쉬었노라
그러니 너희는 조건 없이 나를 따라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