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이길 이었구나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짐은
과거에 연연하는 삶을 버리고
앞에 펼쳐질 삶 자체가
가시밭십자가 죽음일지라도
올 것이 지금 왔구나 하며
기꺼이 따르겠습니다하고
그냥 나서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그분을 온전히 따르는
초연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어느 초자 수도자는 투덜댔다
저 선배님에겐 저렇게도 많은
은총과 영민함과 신비까지
근데 난 뭔가 
마음을 닦으려 하니 
더 더러운 파리 떼가 끼어들고
세속을 놨다고 큰 소릴 쳤는데
아직도 저작거리가 아른거리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왜난 이리도 머리가 나쁘지
그렇게 큰 수사 옆에서
투덜거리며 산을 다 넘어오는데
저 태양을 봐 서산을 넘지
그래도 자신이 한 일 앞에
아무 투정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서산을 넘어가잖아
그거야 아직 자넨 때가 안 돼
이것저것 자기 비하를 하는데
그것도 다 한 때라는 걸
곧 알게 될 것이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곧 알게 될 것이야
그땐 내가 왜 이랬을까 하고
후회라는 걸 할 텐데
그냥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면
훗날 더 큰 십자가가 다가와도
아 이쯤이야 하며 감사 또 감사
이것이 바로 그분의 길임을..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