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

나는 무엇을 위해
또 한해를 살았나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았나
살 가치가 있어서 살았나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살았나
너와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살았나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기에
한 번의 실수와 좌절로
자신을 잠시 은둔 시킬 수는 있어도
인생의 많은 시간을 슬픔과 혼돈 속에
가둬 둘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이제 또 하나를 보낼 준비를 하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오갔나
아직도 셈해야 할 것이 많다
허나 잠시 그것마저도
그분께 맡길 수 있기에
마음을 비워 놓을 수 있는
아주 자그마한 여유
그것은 누가 만들어 주지 않기에
스스로 그분께 청하고 만들자
내가 우울한 것을 잡으면
그 애는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좀처럼 나가려 하질 않는다
그 애도 살아야 하니까
그러기에 지금이 그때다 하고
나를 잡고 있는 부정, 슬픔, 불만, 분노
영하의 차디찬 눈바람 속에
다 실어 날려 보내고
그 자리에 봄기운 같은
불변인 그분의 영의 기운을
가득 담아 그분께 감사 찬미 올리며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을 갖자.

이인주
辛酉年 새해 福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