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 즉 열려라!’
현대야 의술이 으뜸이지만
옛날엔 의술보다는 무속에 의해
몸에서부터 영혼의 치유까지
용하다는 무속인의 손길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것이 다반사였다
한바탕 굿판이 벌어지고
동네사람들이 호기심 속에 모여와
얼마나 신통한가를 지켜보며
과연 마귀 들린 딸이 나을 것인가
벙어리가 된 아들의 혀가 풀릴 것인가
밤을 세워가며 서슬 퍼런 작두위에서
한바탕 식은땀의 공연이 막을 내리고
대가 움직이는 대로 미친 듯이
날뛰는 가운데 영한 것들을 찾아내고는
생 쇼를 해대는 가운데
마귀가 나가서인지 멀쩡히 대화를 하고
혀가 풀려서인지 청산유수가 되어
사람들의 눈귀를 의심케 하는 걸 보면
역시 신이 있긴 있는가 보다 하며
마냥 신기해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이성과 믿음을 앞세운
하느님 아들의 모습을 관상하며
아 이래서 그분의 신비를 꿰뚫어야만
‘에파타’의 영적신비가 풀리려 나
그분은 단지 손가락을 귀에 넣으셨고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에파타! 즉 열려라!’ 했을 뿐인데
다 뚫린 걸 보면
영적인 것과 덜 영적인 것의 차이가
말 그대로 천지차이인지라
기적이 주는 완벽한 치유가 뭔지를
그냥 보고 믿게 하신다
이게 무속인과 그분의 차이일까
몇 날을 굿과 혼돈과 격정 속에서
밤샘의 노동의 대가로 얻어진 것과
단숨에 하느님 아버지와의 일치로
거짓말처럼 에파타를 성공시키신 그분
그분이 계시기에 오늘도 이렇게
굳건하게 그분의 길을 간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