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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가는 소리
동장군이 아련히 물러가고
어느 새 구들장 같은 언 땅이
다가온 빛의 따스함에 하나 둘
녹아내리더니 대지에 싹을 튀 우고
아직 꽃을 시샘하는 추위 앞에
나에겐 이불도 없나 하며
가는 삼월에게 활짝 웃으면서도
오는 사월에게 묘한 웃음은 뭘까
사월엔 봄을 만끽해야 하는데
봄이 오는가 싶더니
초여름이 빨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연의 허둥댐 같은 웃음이랄까
그래도 그분이 주시는 최대의 선물
이유야 어떻든 사월이 오면
남녀노소 할 것 없는 최고의 계절
무계획이던 구들장 친구들도
엉덩이가 들썩 거리고
우울해 하던 나뭇가지들까지도
더 이상 이런 건 필요 없어 하며
겨울 외투마냥 두꺼운 껍질을
하나 둘 비늘 벗기듯 벗기고
크게 기지개를 켜는 사월
목련이 개나리 진달래를 부르는 소리가
저기 동구박을 휘돌아 올 때
나비 한 마리 지척지척 다가와
아직 나의 때가 아닌가봐 중얼거리며
우릴 그분 무덤가로 안내 해
그분의 묘 앞에 다다르니
묘지는 따사롭게 덥혀져
그분의 부활을 돕고 있는
아주 마음까지 흐뭇한 정경
이게 사월의 진수이자
사월이 주는 그분의 충만함이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