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561
돌을 치우고 있는 나인가
돌을 치워라 하시는 그분
너무나 단호하고 비장하여
산천초목이 떨고 맹수들도 숨죽여
뭔가 일어날 것만 같더니
무덤이 놀라 울더니
저절로 돌이 치워지고
죽어 장례지낸 라자로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우리의 능력 안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만 있다면..
그건 그분만의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럼 우린 이런 분 앞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돌을 치워라’ 하시면
그냥 돌을 치우면 되고
마음을 열라 하면
그대로 열면 된다
지금은 준비하는 중
몸과 마음에 낀 허물들을
하나 둘씩 드러내고
마지막엔 몽땅 드러낼 때
그분은 말기 암까지도
다 도려내 주시지 않겠나
이것이 바로 그분의 말씀대로
돌을 치운 사람의 모습이고
라자로처럼 일시적이지만
완전히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는
초 기적의 은총을 입는 것이다
이건 그분의 참 종이자
벗이고 친구일 때만 가능하다
나는 무엇으로 그분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깊게 한번 성찰해 보자.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