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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금요일 아침
천하를 호령하시던 그분도
마치 마지막 한 잎 낙엽처럼
하늘의 한 줌 구름처럼
저렇게 무기력하게 십자나무에서
그냥 세상을 향해 한 마디 없이
마치 저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다 자신의 죄 인양
몽땅 다 뒤집어쓰고
다만 침묵으로 세상에 답했다
저렇게 신출귀몰 하시던 분이
하루 한방에 저렇게 지시다니
석양도 아니고 하루 벚꽃도 아닌데
저렇게 처절하게 매달려 계신 건
진짜 누구의 탓일까
직간접적으론 누구도 면피 못하기에
가장 가까이 했던 수석제자들 중에
스승을 매도한 사람에서부터
스승이 저렇게 될 때까지
손 한번 못 썼던 제자들
거기에 함께 끼어 있는 나는
뭘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저놈들이 다 나쁘다고
손가락 질 하기 부끄러워..
물론 바리사이들과 함께 했던
말도 안 되는 독선과
극악무도한 무례함
빌라도의 비겁함과 무책임
군중들의 흔들리는 갈대 같은 변덕
그런 가운데 마리아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용감함과 지혜가
그나마 십자가를 버티게 했으며
그분이 한계를 넘는데 함께 하였고
그분은 지금 긴 침묵 중에
무덤에서 부활을 준비하고 계신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