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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위한 한 알의 씨앗
200여년을 앞서 산 사람들은
하늘의 참 도리를 알아
자신의 것들을 다 버리고
새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
세상을 발칵 뒤 짚어 놨으니
230여 년 전 이 땅의 제사문제
지금이야 제사 안 지내는 게
얼마나 편하냐 하며
국내여행으로 모자라
해 외로 해 외로 떠나지만
그땐 그 신주 모시는 것이
왜 그리 대단했던지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
무엇 때문에 그리 예민했던지
문제는 북경 발 금지령 하나
구베아 주교로부터의 제사금지령
윤지충 바오로는 신앙이 충천해
하느님과 어머니께 충성하느라
유교식 상장과 조문을 거절하고
로마가톨릭 장례를 치르고 나서
신주를 불사름으로 해서
종친들과의 관계에 금이 갔고
무부무군(無父無君)의 신봉자로 찍혀
종친은 물론 나라님에게도 역정을 사
정조로 하여금 천주교를 탄압하는
빌미를 내어주니 당파싸움의 고리가 돼
노론 벽파에게 전권을 쥐어주어
사교인 천주교를 탄압하게 하는데
그 피가 하늘까지 닿았다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기에
하늘도 울고 땅도 함께 울었던
준엄한 신앙의 역사의 한 순간
그래도 굴하지 않았던 피의 신앙이
이 땅에 신앙의 참 자유의 씨를 나았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