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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하루

봄이 혹독한 겨울을 끌어 앉듯
그분도 다 썩은 세상을 앉았다
세상이 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봄의 훈풍이 소리 없이 오듯
그분의 사랑도 슬쩍 다가와
얼음 짝 같은 맘을 녹이곤
어디론가 달음질 쳐 간다
그건 그분이 받아준 십자가
그런 대해 같은 큰 사랑이
우리를 향하기 때문이다
창을 활짝 열어 봐라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들이
좀은 걱정이 되지만
봄의 여신이 뿌리고 간
엷은 물의 신비가 
삼라만상을 물오르게 하는
그런 소리들이 미물들 중심으로
하모니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오늘은 동산에라도 올라야 하나
아님 들판에 나가 봄과 함께
아지랑이 춤판이라도 벌어야 하나
참자 아직은 정화의 시간이
나를 부르는 그런 때가 아니던가
오늘은 그냥 봄이 오는 소릴
성당벤치에서 마냥 찬찬이 듣자
그 작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 큰 행복도 맛본다
그리고 때가 오면 그분처럼
세상과 자연이 원하는 그대로
자신을 맞길 줄 아는 
그런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그것이 뭔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그런 잔잔한 봄날 하루이기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