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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줌의 신비

진리가 뭔가
생명은 또 뭔가
죽음과 부활은 무엇인가
이 모두가 썩는데 있다
돌 틈과 아스발트 사이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가녀린 싹 뜰을 보면 
아 저 아이들을 위해 
썩어준 씨앗들이 있기에
힘들지만 생명으로 태어나
실컷 광합성작용을 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걸 보며
생명도 죽음도 진리도 부활도
누군가를 위해 썩어줄 때
그 자체 스스로 의미부여 됨을
보고는 그 안에 신비가 있구나
신비가 대단한 곳에 있다고 보면
그 사람은 평생 신비를 못 본다
그러나 신비가 자신의 썩음
그 안에 고통으로부터 환희로
전환되는 그 과정에서 발견됨을
알아보는 사람은 이미 신비가다
그분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죽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그런 방법이 없음을 밀알 안에서
분명하게 우리에게 가르치시면서
당신처럼 썩어주는 사람이 많기를
청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이 사순에 난 뭘 위해 썩을까?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