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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종착역
코스모스가 만개하고
하늘이 한 없이 높은 가을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서일까
멋진 가을하늘에 재를 뿌리듯
태평양이 소용돌이를 일으켜
천고마비를 크게 질투하고 있다
어차피 인생이 고난의 길이라면
크게 할 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동심이 기억하고 있는
가을은 큰 희망으로 가득했다
너무 가난해 호롱불도 없을 땐
들에 나가 반딧불을 친구삼아
겨울엔 눈에 비친 환함으로
한 자라도 더 읽어 보겠노라고
그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온 몸에 낙엽이 내리고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하나둘 물어 나르는 것도
이젠 덧없어짐을 알아서일까
아님 그분의 뜻에 충실하려고
가산을 하나둘씩 정리함일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가요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에
전 뭘 더 준비해야 하나요
지금 까지 해 온 그대로
하면 안 될까 하고 되물으면
글쎄 하며 머리를 극적 이는 건
그분에 대한 향수뿐이었나
삶을 구체화시키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확실한 것도 없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에
또 한 번 되새기는 한 마디
초지일관 속에 언행일치라.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