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십자가를 받으며

재의 수요일 한 가운데 서
태고 적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나를 
지금 직시하고 있는 가운데
살아온 날들이 먼지였다면
지금부터는 먼지가 거름되어
그분처럼 훨훨 날수 있는
부활을 꿈꾸면서 하는 말
오늘 재를 이마에 바르면서
나는 분명 거듭 날 것이니
성인들이 참 회심을 통해
구원의 길을 열심히 갔듯이
나 또한 이 순간부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하늘로 향하는 단단한 
돌계단을 하나 둘씩 쌓고
또 쌓아 올리다 보면
언젠간 그분도 먼지 같은 날
천국의 화단으로 초대 하셔서
한 송이 천국의 꽃으로 피도록
배려해 주시지 않겠는가
늘 시작은 화려 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기를 
그분께 작지만 정성껏
마음을 다 모아 본다
이마에 십자가를 받는 건
적어도 그분의 희생을 
기념하는 차원에서의 단식
극기 십자가의 길을 통해
모아진 영의 노래들이 
나의 기름진 구석들을 베어내
아주 가난한 사람들의 끼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거룩한 사순이 되지 않겠나 싶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