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9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루카 12,39-48
우리는 모두 그저 이 세상의 나그네입니다!
어떤 사람이 한창 건축 중인 공사장을 지나다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3명의 인부를 보았습니다.
그는 첫 번째 인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인부가 대답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하루하루 일당을 받으니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인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두 번째 인부가 대답했습니다.
“보면 모르시오? 벽돌을 쌓는 중이요.”
세 번째 인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세 번째 인부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때로 주인의식이 지나치게 되면 주인행세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인의식과 주인행세 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겸손의 덕의 유무입니다.
주인의식은 주인으로서의 당당함과 함께 주인으로서의 겸손도 함께 지녀야 합니다.
주인행세에는 당당함과 요구만 있지 겸손이나 배려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슬기롭지 못한 불의한 집사가 지녔던 태도는 100% 주인행세였습니다.
그는 분명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한낱 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에게 일정 부분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겸손과 배려의 덕이 전혀 없었던 불의한 집사는 갑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쥐꼬리만한 권한,
별것도 아닌 작은 완장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갑자기 어깨가 우쭐해지면서 주인행세를 시작했습니다.
주인이 잠시 맡긴 재산을 마치 자신의 것 인양 흥청망청 썼습니다.
하인과 하녀들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매일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해 지냈습니다.
참으로 제대로 된 주인행세의 표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던지는 경고의 말씀은 날카롭기만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루카 복음 12장 46절)
사실 우리 인간 존재는 본질상 그 어떤 것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한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라가 그 사람의 것입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불과 몇 년 만에 그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라의 통치권을 물려주고 쓸쓸히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막대한 돈이 있다고 합시다.
우리가 그 돈의 영원한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우리 모두 나이를 먹습니다. 80, 90, 100...
그때가 되면 천만 원짜리 수표를 손에 쥐어 줘도 이게 돈인지 종이인지도 구별못하게 됩니다.
애써 모은 돈들은 모두 자동으로 누군가의 소유로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그저 이 세상의 나그네입니다.
영원한 주인은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언제나 변치 않는 든든한 주인은 영원히 살아 계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 한 분뿐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