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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의 신비(4/12수)
언제 영의 불이 타올랐나
신출귀몰할 일이 났을 때
그분은 천지를 흔들었다
상상을 초월해서 나타났다
무덤의 문을 연 그분은
이제 뭔가 다른 모습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영위하는
그런 존재로의 거듭남
즉 부활의 진수를 펼쳤다
특히 엠마오의 하향길에
있던 제자들은 전혀 몰랐다
자신들이 좌절에 빠져서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나
물론 그건 아닌 걸로 보인다
그분이 분명 맞지만
초월적인 옷으로 갈아입은
그분의 모습은 달랐다
목소리도 웬지 더 세련되고
발걸음과 모양새도 깃털처럼
가벼워 마치 나는 듯했다
그리고 성경을 다 꿰고 있어
하늘에서 직접 내리는 말씀
그런 것처럼 흘러내렸다
그걸 다 알아채는 게 이상할
그런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그래도 그분은 밤은 싫었는지
해가 질 무렵에 당신의 존재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빵에 남기고 난 뒤
홀연히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아 이것을 그분이 말했었지
이제야 뒤통수를 치며 아
그분이구나 할 땐 이미 없다
이것이 부활의 진수였다
해서 우리가 늘 깨어 있음의
신비 안으로 들어갈 때 그분을 만난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