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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쓸모없는 종이지만(11/12화)
뭘 바라지 말라는 그분이시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고는
그냥 초연한 모습으로 살라는
그분의 모습에서 참신한 모습
그것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사람이 불행해지는 이유는
뭔가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하늘에서 당신의 일
그리고 그분은 이 땅에 와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뭔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분도 우리를 향해
매사에 죽을힘 다해 일해도
그것에 대한 뭔가의 보상을
절대 바라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분께서 알아서
때가 되면 다 채워주신다는 것
사실 자연의 위치를 잘 보면
그 모든 게 자연스럽게 보인다
태양이 그렇게 대단한 일을
자신을 다 태워 가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뭘 바라고 있는가
사과밭의 사과나무들을 보라
그렇게 풍설에 힘이 들어도
말 한마디 없이 매년 오는 봄
그것을 기다리면서 우리 향해
최선을 다해 뭔가를 내어준다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또 자신의 신분 여하를 떠나서
그분 향하는 마음의 일편단심
거기에서 참사랑이 나온다면
그는 이미 그분을 닮았기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도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면서 주님
저는 그저 당신의 집에 거하는
이로써 당신의 일이 기쁘니
그냥 빗자루로라도 써 주십시오.
이인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