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수 3,045
원수를 사랑하는 길(6/17화)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다
이건 더 힘든 이야기다
죽이고 싶은 사람을 향해
사랑을 외치시는 그분
도대체 어떤 분이란 걸까
이게 바로 하느님 나라
그곳의 논리이자 사랑이다
해서 악인에게 맞서지 말라는
말씀은 그냥 세상 이야기다
그럼 무엇으로 원수를 사랑
해서 그분은 당신 스스로가
원수들이 못질하는 십자가
그것을 기꺼이 지고 가셨고
그렇게 할 때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서 현현된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고 사셨다
그러니 우리가 그걸 그대로
따라 산다는 건 참 힘들다
마치 뱁새가 황새 따르기요
참새가 붕새의 뜻을 뭘로
이해하겠냐는 말과 같다
그러나 거듭난 분들은 뭔가
이 문제도 풀어내고 있다
다윗은 자신에게 칼을 뺀
사울이 자신 앞에 있는데도
그의 목을 베지 않았다
하늘로부터 기름 부음 받은
그분이었기에 기다렸다
하늘의 뜻이 실현될 때까지
해서 남들이 다하는 그대로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십자가의 신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
그것을 살아낸다는 것은
마음의 각을 뜨는 각오로
살지 않고서는 안 쉽다
이걸 온전히 살아낼 때
원수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인주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