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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 핀 두 송이 들꽃
옛날에 소록도는 사람 살 만한
그런 공간이 되질 못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서양꽃씨가 날라 와
소록도를 온통 꽃밭으로 만들었다
사실 말구유의 아기를 보라
무슨 힘이 있겠느냐 만은 그래도
그 누추한 곳의 아기로부터
영적 에너지가 발산됨을 알기에
들꽃 같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양치기, 동방박사들의 긴 여행
그들은 뭘 바라고 왔던가
말 그대로 영적여행이었다
그냥 가녀린 순수자연을 보러
베들레헴을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엔 희망이 있었다
꺼져가는 세상을 향해 빛을
목마른 사람들에게 샘의 젖줄을
그리고 다 썩은 세상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벌거벗긴 채로 말구유를 찾은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조선반도 남단 끝
그곳 작은 섬에 무엇이 있길래
서양처녀 두 사람이 나타나
이 땅의 주인이 하지 못하는 것들을
팔 걷어 부치고는 일구고 일궈
세상 최고의 꽃밭과 낙원 만들더니
홀연히 추한 모습이 부끄러서인지
하늘로 날 듯이 사라졌다
그분들은 두 송이 들꽃이자
분명 소록도의 천사였고
가장 낮은 곳에서 수많은 꽃을
피우다 못해 절규했던 분들이었다
그걸 고통 받은 사람들과 하늘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