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차고 넘치도록 많아도
그걸 저장할 능력이 부족하면 
모든 게 순간에 끝나고 만다
그래도 그걸 좋아하는 이들
그건 하늘이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 아닌 동식물들이다
근데 동식물들도 때론 
저장할 공간을 찾아내곤 한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선
땅속에 식량을 묻어두곤 한다
그리고 어디다 묻었는지 잊어 
남 좋은 일만 할 때도 있다
근데 꼭 저장해야만 제 맛을 내는
그런 음식들도 있고 
술은 꼭 그래야만 맛이 좋다
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그분의 말씀은 제격이다
만에 하나 새 술을 헌 부대에
보관하다 보면 술이 다 숙성
되기도 전에 부대가 터진고 만다
그럼 술도 부대도 다 망친다
누구를 위한 준비인가
기왕 발효음식을 먹기를 원한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뭔가 기획적인 일
미래를 향한 일을 할 때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고
차고 넘치는 것들이 헛되지 않는
제대로 된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둘로 나눠져 고통을 받았다
이걸 해결하는 건 솔직해야 한다
땅속에 묻어 둔 핵(核)을 없애고 
그걸 위해 제재하는 모든 걸 풀 때
둘이 하나로 열매를 맺는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