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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와 생명의 빵
사람이 사람에게 먹힌다는 것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해서 성인들을 하늘의 꽃
이렇게 명명해 드리나 보다
세상에 고통을 안 먹는 존재
그 어느 것도 없을 것이다
지나가다 만나는 들풀
발길에 걸려 넘어지는 돌들
키우다 버려져 우는 동물들
뭘 모르고 한 식구처럼
졸졸 따르고 좋아라 했는데
휴가철에 버려지는 아이들
사연이야 다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더 생각했다면
이름이 잊혀 지지는 않았겠지
그분도 육화를 통해 왔다
순전히 먹혀지기 위해 왔다
사실 더 좋은 방법으로의 삶
폼 나는 그 어떤 것으로
구원을 생각하셨을까 하고
곱씹어 보지만 세상 삶을 보면
아무리 신성을 지니신 분이라도
아 먹히지 않고는 뭘 어떻게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분은 끊임없이 먹히다가
마지막엔 십자가상에서 먹혔다
그건 너무 처절했지만
가장 완벽한 먹힘이 아니었던가
일상에선 한 솥밥으로 먹혔으며
슬플 땐 막걸리가 되어 먹히고
기쁠 땐 파티를 열어가면서
축제의 저 끝자락에서 늘
빵과 포도주와 말씀을 곁들여서
하늘과 백성을 위해 먹히고 또 먹혔다.
이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