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봉헌 기부 결실의 계절이다
결국 또 한 해를 잘 살았다
모임이 많은 사람들은 
뭐가 그리 분주한지 난리다
무엇을 위한 분주함인가
다 나를 위한 것이고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월 분기 연말이면 오는 것
얼마나 잘 산 한해인가
또 뭘 얼마나 벌어 남겼나
뭔 소리야 밑가지 않았으면
참 다행인 게 올 해 아닌가
이렇게 또 한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향해 넘어갈라치면
사람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아직 양식을 구하지 못한 이는
굵은 밧줄로 가는 세월을 
묶어 놓은 심정이지만
워낙 남겨 놓은 게 없으니
밧줄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이때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직 이해가 한 달 이상이나
남아 있는데 또 시작하지 
뭐 올 해만 해인가
그나마 이런 여유가 있으면
참 좋겠지만 아닌 사람들은
많이 슬프고 쓸쓸하다
그래도 하는 말 
몽땅 봉헌한 과부를 봐
그게 바로 진짜 영성이야 
그럼 그분이 반드시 오실거야
그리고 손과 발에 힘을 주실 거야. 

이인주